내가 죽어서 땅에 묻혀야 할 이유가 뭐란 말입니까?
그대 맘에 녹아 영원히 남을수도 있고,
저 푸른 하늘에 올라 빛을 발할수도 있을 텐데
어찌하여 저 캄캄한 땅속으로 사라져야 하나요?
왜 땅은 날 먹어버리는 것일까요?
이슬맺힌 잎사귀에 모인 물방울,
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잎에게 애원하지만
잎은 물방울을 무시하고 외면 합니다.
그리고 물방울은 땅 속으로 사라집니다.
갈라진 땅이 그것을 마셨습니다.
이 세상에서 없어져 저 땅속 깊이 사라졌습니다.
그러나 저편의 백합 한송이가 물방울을 머금고 있습니다.
붉디붉은 장미 또한 그 물방울을 찾아 손길을 내립니다.
물방울은 생명의 샘입니다.
땅 속에 사라지는 것 같은 물방울은
다시 살아나 대지의 모든 생물과 재회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.
내가 땅 속에 묻혀애 할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?
그대를 찾아,
아니 그대가 나를 찾아 재회하기 원하는 그 날이 있기 때문에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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